누우면 잠이 안 오고, 자다가 자주 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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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피곤한데 막상 누우면 잠이 안 옵니다."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다른 문제로 오셨다가 이야기 끝에 덧붙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잠 문제는 병원에 갈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셔서, 몇 달씩 그냥 지내다 오십니다.
피곤한 것과 잠드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몸이 지쳤으니 당연히 잠이 와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잠은 힘이 빠져서 드는 것이 아니라, 긴장이 풀려야 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낮 동안 몸을 깨워 두는 쪽과 밤에 가라앉히는 쪽이 번갈아 일합니다. 종일 긴장한 채로 지내면 깨워 두는 쪽이 밤이 되어도 잘 물러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몸은 지쳐 있는데 머리는 말짱한, 앞뒤가 안 맞는 상태가 됩니다. 누우면 오히려 그날 있었던 일이 하나씩 떠오르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자다가 깨는 것도 비슷합니다. 잠이 얕은 구간에서 몸이 완전히 내려가지 못하면 작은 자극에도 깨어납니다. 화장실 때문에 깬 것 같지만, 실은 이미 얕아진 상태였던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몸에서 같이 나타나는 것들
잠이 얕은 분들을 진찰해 보면 대개 함께 굳어 있는 곳이 있습니다.
- 뒷목과 어깨 윗부분이 단단하다
- 턱에 힘이 들어가 있고, 아침에 턱이 뻐근하다
- 등 가운데가 결린다
- 속이 더부룩하고 저녁 식사가 늦게까지 남아 있는 느낌이다
- 손발은 찬데 얼굴이나 가슴은 답답하다
잠 때문에 몸이 굳은 것인지, 몸이 굳어서 잠이 얕은 것인지는 한쪽으로 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대개 서로를 붙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잠만 따로 떼어 다루기보다 굳은 쪽을 함께 풀어 나가는 편이 수월합니다.
이럴 때는 검사를 먼저 받아 보십시오
다음에 해당하시면 잠 습관의 문제로 보지 마시고 진료와 검사를 먼저 받으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 함께 자는 분에게 코를 골다가 숨이 멎는 것 같다는 말을 들으신 적이 있을 때
- 낮 졸음이 심해 운전이나 일이 위험할 정도일 때
- 잠들기 전 다리가 근질거려 가만히 두기 어려울 때
- 새벽에 깨어 다시 잠들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고, 기분이 가라앉아 있을 때
- 체중이 저절로 줄거나 가슴 두근거림이 함께 있을 때
- 밤중에 숨이 차서 깰 때
특히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수면검사로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다른 방법을 아무리 더해도 원인이 남아 있어 잘 풀리지 않습니다. 네 번째에 해당하시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먼저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이미 수면제를 드시고 계시다면
임의로 끊거나 줄이지 마십시오. 갑자기 중단하면 오히려 잠이 더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 양을 조절하실 생각이 있으시면 처방받으신 곳과 먼저 상의하시는 것이 순서입니다. 저희가 그 결정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오늘 밤부터 해 보실 수 있는 것
- 잠자리에 드는 시각보다 일어나는 시각을 먼저 고정하십시오. 주말도 한 시간 이상 늦추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 잠이 안 온 채로 20분 넘게 누워 계시면 일어나 불을 낮추고 다른 일을 하시다가 졸릴 때 다시 누우십시오. 뒤척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침대가 깨어 있는 자리로 기억됩니다.
- 낮잠은 이른 오후에 20분 정도까지만 두십시오.
- 저녁 늦은 시간의 커피와 술을 줄여 보십시오. 술은 잠들기는 쉽게 하지만 뒤쪽 잠을 얕게 만듭니다.
- 자기 전 한 시간은 화면 밝기를 낮추십시오.
한의원에서는 무엇을 하나요
목과 어깨, 등의 굳은 지점을 침으로 풀어 몸이 밤에 내려갈 수 있는 상태를 만듭니다. 속이 늘 무겁고 손발이 찬 경우에는 뜸으로 순환을 돕습니다. 긴장이 오래되어 깊게 자리 잡았을 때는 약침을 함께 쓰고, 목뼈의 정렬이 치우쳐 있으면 추나로 조정합니다. 체력이 바닥나 회복이 더딜 때는 한약을 상의드립니다.
한 번에 달라지는 일은 드뭅니다. 대개는 깨는 횟수가 줄거나 다시 잠들기까지의 시간이 짧아지는 식으로 조금씩 바뀝니다. 침·뜸·부항은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약침과 한약은 비급여입니다.
마무리하며
잠이 얕은 것을 성격이나 나이 탓으로 돌리고 몇 년씩 지내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잠은 하루의 결과이면서 다음 날의 조건이기도 합니다. 먼저 확인해야 할 신호가 있는지 짚어 보시고, 해당하는 것이 없다면 낮 동안 몸에 쌓인 긴장부터 하나씩 덜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