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인데 엉치와 골반이 아픈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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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는 그럭저럭 견딜 만한데 엉치가 빠질 것 같습니다." 허리 진료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검사에서 허리디스크라는 이야기를 들으셨는데 정작 제일 아픈 곳은 엉덩이 뒤쪽이거나 골반 옆입니다. 그러면 "허리 문제라는데 왜 여기가 아픈가", "혹시 다른 데도 잘못된 건가" 하는 걱정이 생깁니다.
이 글에서 확인할 내용
- 통증은 왜 엉치로 내려갈까요
- '엉치가 아프다'가 가리키는 자리들
- 디스크가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 이런 신호는 응급입니다
- 지내시는 동안 도움이 되는 것
- 한의원에서는 무엇을 하나요?
통증은 왜 엉치로 내려갈까요
허리뼈 사이에서 나온 신경은 엉치를 지나 다리로 내려갑니다. 이 신경이 지나는 길목에서 눌리거나 자극을 받으면, 몸은 눌린 자리가 아니라 그 신경이 담당하는 구역을 아프게 느낍니다.
전깃줄로 비유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문제는 시작 지점에서 생겼는데 불이 안 들어오는 것은 저 끝의 전구입니다. 허리에서 눌렸는데 엉치와 다리가 아픈 것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아픈 곳과 문제가 생긴 곳이 다를 수 있습니다. 엉치를 아무리 주물러도 그때뿐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엉치가 아프다'가 가리키는 자리들
같은 '엉치'라는 말로 서로 다른 곳을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아, 진료실에서는 손으로 짚어 달라고 부탁드립니다.
- 허리 아래 가운데, 꼬리뼈 위쪽 — 엉치뼈와 그 옆 관절 부위
- 엉덩이 한가운데 깊은 곳 — 신경이 지나는 길목이나 그 주변 근육
- 골반 옆, 바지 주머니 자리 — 옆쪽 근육과 힘줄
- 엉덩이에서 허벅지 뒤로 이어지는 줄 — 신경을 따라 내려가는 통증
어느 자리인지에 따라 봐야 할 것이 달라집니다. 짚어 주시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좁혀집니다.
디스크가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엉치와 골반 통증이 늘 디스크에서 오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도 흔히 겹칩니다.
엉덩이 깊은 근육의 문제 — 그 밑으로 신경이 지나가는 자리라, 근육이 굳으면 디스크와 비슷하게 저리고 당깁니다. 오래 앉아 있으면 심해지고 다리를 꼬는 습관이 있는 분에게 잦습니다.
엉치뼈와 골반이 만나는 관절의 문제 — 출산 뒤, 한쪽 다리에만 체중을 싣는 습관, 오래 서 있는 일에서 잘 생깁니다. 한쪽만 아프고 돌아누울 때 유독 아픈 것이 특징입니다.
엉덩이 옆 힘줄의 문제 — 옆으로 누우면 아파서 잠을 설치는 분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것들은 디스크와 함께 있을 수도 있고, 디스크 없이 단독으로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검사 결과에 디스크가 보인다고 해서 지금 아픈 원인이 반드시 그것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영상과 증상은 따로 놀 때가 많습니다.
이런 신호는 응급입니다
아래에 해당하면 시간을 지체하지 마시고 바로 병원으로 가셔야 합니다.
- 소변이 잘 안 나오거나, 나오는 것을 모르겠다
- 항문과 회음부 주위 감각이 둔하다
- 양쪽 다리에 힘이 빠진다
- 발목이 들리지 않아 발끝이 끌린다
드물지만 신경 다발이 눌린 상태일 수 있고, 이 경우는 빨리 조치할수록 결과가 다릅니다. 아래도 검사가 먼저입니다.
- 넘어지거나 부딪힌 뒤 시작된 통증
- 열이 함께 나거나, 누워 쉬어도 밤에 더 아픈 통증
- 체중이 줄고 있거나 암 치료를 받으신 적이 있는 경우
지내시는 동안 도움이 되는 것
- 다리를 꼬지 마십시오. 신경이 지나는 자리를 그대로 누르는 자세입니다.
- 지갑을 뒷주머니에 넣고 앉지 마십시오. 한쪽 골반만 들려 늘 같은 쪽이 아파집니다.
- 푹신한 소파에 파묻히지 마십시오. 골반이 뒤로 말리면 허리와 엉치에 부담이 몰립니다.
- 한쪽 다리로 짝다리 짚고 서지 마십시오. 서 있는 시간이 긴 분께 특히 그렇습니다.
- 오래 앉아 계셔야 하면 50분에 한 번은 일어나십시오. 자세 자체보다 같은 자세로 있는 시간이 문제입니다.
- 아픈 쪽을 세게 주무르거나 밟지 마십시오. 신경이 자극된 상태에서는 오히려 더 예민해집니다.
한의원에서는 무엇을 하나요?
먼저 어느 자리가 아픈지, 통증이 어디까지 내려가는지, 저림이나 힘 빠짐이 있는지를 확인해 원인을 좁힙니다. 응급이나 검사가 먼저인 신호가 있으면 그쪽을 권해 드립니다.
치료는 눌린 자리와 아픈 자리를 함께 봅니다. 굳은 허리와 엉덩이 근육을 침과 뜸으로 풀고, 통증이 깊거나 오래된 경우에는 약침을 씁니다. 골반과 허리뼈의 정렬·움직임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으면 추나로 조정합니다. 회복이 더디거나 몸이 지쳐 있는 분께는 한약을 함께 상의드립니다.
침·뜸·부항·추나는 건강보험이 적용되고(추나는 연 20회), 약침과 한약은 비급여입니다.
마무리하며
엉치가 아프면 엉치만 보게 되지만, 통증이 시작된 자리는 대개 그보다 위입니다. 반대로 검사에 디스크가 보인다고 해서 지금 아픈 이유가 꼭 그것만은 아닙니다.
아픈 자리를 정확히 짚는 것에서 시작하시면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봐야 할 범위가 크게 좁혀집니다.